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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메디컬뉴스=강다은 기자] ‘100세 시대’라고 말을 하곤 하지만 건강하게 ‘백수(百壽)’를 채우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꿈이다. 하지만 건강하게 100세를 사는 일이 어려운 만큼 꿈은 더 강해지기 마련이고, 실제로 일반인들의 삶에서 100세에 근접하는 장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백세인’ 연구에 몰두해 온 원광대 김종인 명예교수가 100~180세 연령의 장수인 130명을 인터뷰한 내용과 그동안의 연구 논문을 집적한 저서 ‘장수사회학: 생존확률의 사회생태학적 요인(The Sociology of Longevity: Socioecological Factors of Survival Probability)’을 영문본을 출간했다.
‘백세인’과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는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다. 우리나라에서 100세 이상 장수하고 있는 노인, 즉 호모 헌드레드는 지난해 8월 말 기준 1만 935명이다. 빠른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오는 8월을 전후해 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김 명예교수는 ‘장수사회학’에서 호모 헌드레드(백세인)가 되는 데 필요한 9가지 사회지표를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첫 번째는, 평생에 걸친 ‘개인 위생관리’이다. 백세인들은 100세가 넘어 거동이 불편해진 이후에도 일주일에 1회 이상 방문 요양보호사에게 전신 목욕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젊어서부터 몸에 밴 청결 습관이 100세 이후에도 이어져 장수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연구를 위해 만난 107세 노인의 경우 평생 씻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즐겨 입던 한복도 1주일에 최소 2차례 이상 갈아입었다”면서 “100세를 넘기는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청결”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안전한 식수’가 건강 백세의 필수 요인으로 꼽혔다. 백세인의 대다수는 수돗물이나 인공 음료를 마시지 않고, 주로 생수를 마셨다.
김 교수는 “젊었을 때는 수돗물과 지하수를 마셨지만, 노년기 이후에는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흥미로웠다”면서 “단순한 물의 질 차이보다는 설탕과 나트륨이 들어간 가공 음료를 피하고, 깨끗한 물을 자주 마신 게 장수에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로, 백세인들은 젊었을 때부터 남녀 차별을 경험하지 않았거나, 삶에서 성차별을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김 교수는 “백세인들은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집안일을 서로 분담하면서 살아온 특징이 있었다”면서 “이런 성평등 의식은 여성의 정신건강 증진과 경제활동 참여로 가계 소득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100세 생존 확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는, 가족과 함께 인터넷을 활용해 필요한 건강정보를 적극적으로 습득, 활용하려는 노력을 들었다. 김 교수는 “노년기에도 인터넷을 활용한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섯 번째는, 백세인들이 80세 이후에도 수술을 받는 등 질환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점을 꼽았다.
김 교수는 “비슷한 또래인데도 수술을 포기한 노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게 백세인들의 한결같은 얘기였다”면서 “다만, 이런 치료를 받는 데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개별 요인을 떠나 9개 변수의 시너지 효과로 본다면, 휴대폰 가입과 인터넷 사용, 보건의료비 지출이 결합됐을 때 100세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았다”면서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100세를 넘어 겅강하게 사는데 필요한 사회생태학적 지표를 바탕으로 선택적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