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트리니티메디컬뉴스=강다은 기자] ‘고지방식 등 나쁜 식습관이 암을 유발하거나 암의 진행을 빠르게 한다’는 기존 인식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지방의 양과 체내 산화질소의 양 사이에 확실한 연관성이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산화질소는 암의 발달, 염증 발생 등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 캠퍼스의 ‘베크만 첨단 과학공학 연구소’ 과학자들은 종양 미세환경의 변화가 분자 수준에서 암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실험을 위해 인간의 간 전이암 조직과 생쥐에 생긴 유방암 조직을 사용했다. 종양 미세환경이란, 암세포가 생존과 성장을 위해 일반 세포와 다른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요인이 바로 체내 염증이다.
연구팀은 칼로리가 높고, 지방이 많이 함유된 고가공식(highly processed food)을 주목했다. 고가공식이 특정 염증 반응을 쉽게 유발하기 때문이다. 고가공식이란 원재료에 화학물질, 착색제, 감미료, 방부제 등이 추가된 식품으로, 과자류를 비롯해 케이크, 시리얼, 소시지 등 재생육, 훈제 향을 입힌 가공육, 라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염증은 급성이든 만성이든 산화질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암이 처음 생길 때 면역세포는 세포 독성을 띨 만큼 다량의 산화질소를 생성하며,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 농축된 산화질소만 종양 미세환경에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런 산화질소가 암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산화질소를 감지하는 ‘ABS 프로브’ 직접 개발했다. ‘ABS 프로브’를 이용하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분자의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데, 암에 작용하는 산화질소의 근적외선 생체발광 이미지를 포착한 것도 이 프로브를 활용한 것이다.
실험 결과, 생쥐에게 고지방 먹이를 주었더니 종양 미세환경의 산화질소 수위가 빠르게 올라갔다. 이런 생쥐는 저지방 먹이를 준 대조군보다 살이 많이 쪘고, 종양도 더 커졌다.
또 염증을 촉진하는 고가공 사료를 먹였더니 대식세포가 더 많이 몰려들고, 산화질소 합성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과잉 작동, 산화질소 생성량이 늘어나면서 암의 진행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지방식과 종양 내 산화질소 수위, 암 발달의 직접적 연관성을 입증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발견이 향후 암의 진단과 치료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화학회(ACS)가 발행하는 저널 ‘ACS 중심 과학(ACS Central Scienc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