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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쌍 인간 유전체 염기 모두 해독... “풀리지 않던 ‘8%의 빈칸’ 채웠다” - “싸고 빠른 분석기술의 개가... 1백만 원으로 질병 치료하는 시대 올 것”
  • 기사등록 2022-04-04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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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트리니티메디컬뉴스=강다은 기자] 동아사이언스에 따르면, 2003년 처음 발표된 인간 유전체(게놈)의 염기서열 해독에는 공백이 많았다. 유전체를 구성하는 30억 쌍의 DNA 염기쌍 중 15% 가량은 기술적 한계 때문에 확인할 수가 없었다. 특히 반복되는 염기쌍이 많은 염색체 중심부의 ‘동원체’는 상당 부분 알아내지 못했다.


이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참조 유전체 해독 정보 체계가 구축되고, 자료가 추가됐지만 2019년까지도 8%는 ‘풀리지 않는 공백’으로 남았다. 다국적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통해 마침내 이 공백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 ‘하이파이(HiFi)’ 기술과 ‘울트라 롱 리드’ 기술 활용한 성과

연구팀은 새로운 유전자 해독 방식인 ‘롱 리드’를 적용해 한 번에 수만 개 이상의 염기쌍 서열을 읽어내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이전에는 인간 유전체 분석에 DNA를 약 150염기쌍 길이로 잘게 잘라 해독한 뒤 다시 원래 DNA로 짜맞추는 ‘쇼트 리드’ 기술이 적용됐다. 문제는 인간의 DNA 중 반복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파란 하늘이 배경인 퍼즐을 맞추는데 똑같아 보이는 퍼즐 조각이 너무 많아 정확한 위치를 못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비해 롱 리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한 번에 1만 개 이상 읽어내는 시퀀싱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반복되지 않는 부분까지 퍼즐 조각에 포함시켜 상대적으로 맞추기 쉬운 큰 퍼즐 조각을 만들어내는 원리다.


연구팀은 생명공학기업 팩바이오의 ‘하이파이(HiFi)’ 기술과 옥스퍼드 나노포어의 ‘울트라 롱 리드’ 기술을 활용했다. DNA를 잘라 고리 형태로 만들어 여러 번 읽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인 하이파이 기술은 한 번에 약 2만 개의 염기쌍을 정확하게 분석해 낸다. 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크기 구멍에 DNA를 통과시켜 염기쌍을 읽는 세포의 기능을 구현한 울트라 롱 리드는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한 번에 최대 100만 개의 염기쌍을 읽어낼 수 있다.


연구팀은 이같은 방법으로 2억 개의 DNA 염기쌍을 새롭게 읽어내면서 인간 유전체 중 해독된 염기쌍의 수를 30억 5,500만 쌍으로 늘렸다.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 약 2,000개와 DNA 변이 200만 개도 새로 찾아냈다. 622개 변이는 질환과 연관된 유전자에서 확인됐다.


T2T 컨소시엄 공동 의장인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인간유전체연구원(NHGRI) 애덤 필리피 선임연구원은 “마치 새 안경을 쓰는 것과 같다”며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어 유전체 서열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는데 한 발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유전체 분석 정확도를 높이고, 인종 등 유전체의 다양성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에 구축된 유전체는 유럽 남성의 유전체가 쓰여 0.3% 정도의 오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첫 분석에서는 오차 확률을 줄이기 위해 부계의 X염색체(성염색체)를 가진 세포를 이용했다. 하지만 추가로 또 다른 성염색체인 Y염색체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해 데이터를 이번에 함께 공개했다. 인간 범유전체 참조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2024년까지 전 세계 350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 난임·다운증후군 해결 실마리... 값싸고 빠른 분석기술의 승리 평가

인간 유전체가 완벽하게 밝혀지면 유전체의 기초적 특성과 함께 유전자와 관련된 각종 질환의 기원 및 치료 방법을 찾는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언스는 이번에 구축한 인간 유전체 지도로 연구한 유전체 구조와 유전자 변이에 관한 연구 결과 6편도 함께 발표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인간 유전체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동원체의 구조를 알게 되면서 염색체 쌍이 감수분열에서 분리되지 않아 일어나는 난임 질환과 다운증후군을 예방할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현생 인류와 유인원, 고인류와의 유전체 비교를 통해 진화의 기원을 밝히는 데 활용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이번 성과는 더 값싸고 정교해진 인간 유전체 분석 기술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13년간 30억 달러(3조 6,30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과 달리 T2T는 겨우 4년이 걸렸을 뿐이다. 유전체 분석에 쓴 비용도 약 100만 달러(12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속도와 비용에서 비약적인 성장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고도화하면 미래에는 누구나 자신의 유전체를 판단하고 유전 위험을 진단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에는 한국인인 미국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NHGRI) 이아랑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 연구원은 “컨소시엄에서 확보한 기술을 통해 수 주 내에 인간 유전체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며 “미래에는 하루 만에 100만 원 이하로 자신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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