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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택형 의료병상’ 새로운 의료 인프라로 주목 - 일본 의사 시바하라 메이이치 <초고령사회 일본, 재택의료를 실험하다>
  • 기사등록 2021-04-03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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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메디컬뉴스=김여리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 중 하나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2045년에는 세계 1위의 고령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 의료, 요양 비용 등은 해마다 늘어나고 의료보험 재정은 부실화되기 마련이다. 또한 생산 연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국가 재정까지 압박, 이중고를 겪게 되면서 결국은 ‘의료 난민’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라는 일본으로 국민이 번 돈의 30% 정도가 의료 및 요양, 연금 등을 충당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현재’는 흔히 우리나라의 ‘미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급속히 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또 이에 대한 대응책은 없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신간이 최근 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초고령사회 일본, 재택의료를 실험하다>라는 제목의 도서로 일본 임상의사 ‘시바하라 케이이치’가 쓴 ‘재택형 의료병상’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장학 교수가 번역해 펴낸 책이다.

▲ ⓒ <초고령사회 일본, 재택의료를 실험하다> 시바하라 메이치치 지음


▷ 간호 체계가 갖춰진 집, 재택요양+입원의료
현재 일본은 노인 인구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사회보장 비용도 점점 더 늘고 있다. 앞으로 갈수록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약 135만 병상 중 약 20만 병상을 감소시켜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병상 수를 줄이면서 의료 의존도가 높은 환자들은 급성기 병상 이후 갈 곳이 없어 ‘의료 난민’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을 강요당한 환자들은 자택요양이나 재택의료로 이양되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노케어(노인 환자를 노인의 배우자가 돌보는 것) 문제, 가족들의 돌봄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 문제 등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기존 의료보험 제도를 개혁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민개보험제도(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제도 등이 탄생했던 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문제. 무엇인가를 덧붙이는 제도보다는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병원 침대 축소 정책, 의사 부족, 지역 병원 붕괴 등으로 갈 곳을 잃은 환자들.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 지역에 꼭 필요한 ‘의료병상’을 제공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된 아이디어가 바로 ‘재택형 의료병상’이다.

책의 저자 시바하라 케이이치는 2012년 폐허가 된 병원의 병상이나 건물을 보면서 ‘거주지’ 안에 ‘의료’를 넣는 것이 아니라, 의료적 장소 안에서 요양생활을 하며 상시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없애고 주거의 기능을 갖춘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의사의 마음을 가진 공간’이란 의미가 담긴 ‘이신칸’ 이 바로 ‘재택형 의료병상’의 출발점이다.

▲ ⓒ 일본 내 가장 처음 설립된 ‘모리오카시 이신칸’(도호쿠 지방 이와테현 위치) / 출처 医心館 Amvis.co.jp


‘재택형 의료병상’은 ‘재택요양’과 ‘입원의료’의 장점을 결합한 케어를 제공하는 새로운 의료 및 요양 모델이다.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의사는 아웃소싱하는 대신, 간호사가 현장에 상주하며 환자를 맡는다.

간호사가 공동주택의 각 호를 방문하며 환자들을 케어한다. 이 공동주택에는 방문 간호센터, 방문 요양센터가 설치되어 있고 야간에도 직원이 상주한다. 마치 간호 체계가 충분히 갖춰진 집과 같아서, 환자 입장에서 보면 재택의료를 업그레이드한 환경이 되는 셈이다. 건물 내에 의사가 늘 있는 건 아니지만, 가까이에 있는 개업의나 병원과 연계하여 담당 의사를 지정하므로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의사가 달려올 수 있다.

의료 및 간호 케어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각 전문 시설에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병상을 상시 준비해둘 필요가 없어서 병상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단번에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각 환자에게 병상이 하나씩 제공되고, 다른 시설에서 온 전문가들이 그 병상을 방문하는 방식이다.


의사와 환자, 병원 모두 윈-윈-윈
‘재택형 의료병상’은 지역 밀착형의 요양병상을 지역 의료인들과 분담한다. 병원마다 병상 수에 걸맞은 의사를 상주시키려면 비용이 초과한다. 그렇기에 지역을 포괄하는 공유 병상을 통해 외부 의사들에게 필요한 병상 기능을 적시에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밀접한 케어를 행함과 동시에 지역 의사들로 인해 운영된다.

이 구조는 지역 의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의원이나 클리닉에 고가의 최신 설비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병원의 의료자원을 이용(Share)하여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의사는 의료에 집중하고 수익을 향상시키면서 고정비는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귀중한 의료자원인 병원이 지역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게 된다. 또한 병원을 방문하면 항시는 아니더라도 적시에 여러 가지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증상에 맞춰 주치의가 있는 여러 의원이나 클리닉을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 ⓒ 21년 4월 새롭게 오픈 예정인 `요코하마시 이신칸` 내부모습 / 출처 医心館 Amvis.co.jp


'이신칸'은 간호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간호사 수가 부족한데,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면허는 지녔지만 일하지 않는 잠재 간호사(유휴 간호사)들이 많은데 이러한 사람들에게 시간적, 체력적으로 조율 가능한 직장을 제공하여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재택형 의료병상’의 ‘의사 아웃소싱’ 방식은 이렇듯 병원과 의사, 간호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공유병상으로 지역 의료를 돕는다는 이 새로운 시도가 불안 속에 있는 의료난민과 그 가족, 어려운 지역 의료에 하나의 가능성과 해결책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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