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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18 1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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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민 서울대 공공진료센터 교수. ⓒ 서울대병원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비대면 방식이 아닐까 한다. 재택근무나 화상회의 같은 공식적인 업무에서부터 배달 음식을 수령하는 일상 속 작은 습관까지, 이제 비대면 방식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병문안 문화만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 병원들은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지난 몇 년 간 병동 입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했다. 보호자 출입증을 발급도 하고 면회 시간을 제한하는 등 면회객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왔다. 또한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대부분의 병원이 보호자 1인 외 병문안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실에서는 몇 겹의 방어선을 뚫고 환자를 찾아온 방문객들과 이를 제지하는 직원 간의 실랑이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가까운 사람이 입원했을 때 병실로 찾아가는 것을 일종의 예의나 의무로 여기는 듯하다. 병문안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지인의 방문은 외롭고 힘든 병원 생활에 일종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한 가지의 장점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매우 크고 또 다양하다.

 

가장 큰 위험은 감염이다. 이는 환자와 방문객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병실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병원 내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건강한 방문객의 피부에 상재하는 균이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병원 내 다제내성균(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균)에 방문객이 노출될 때에도 심각한 감염의 우려가 있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병원균을 가진 환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에 노출될 확률도 매우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 밖에도 다인실의 경우 얇은 커튼 한 장으로 병상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도 옆 환자에게는 소음이 되기도 한다.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이 다음날 수술을 위해 금식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 병색이 짙은 모습을 보이기 싫은데도 무작정 찾아온 지인을 응대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니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것이 꼭 직접 방문해서 손을 잡아주고 음료를 건네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2020, 대한민국의 IT 기술은 놀라운 수준이다. 전화, 문자, 화상통화 등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생활 방역의 마지막 수칙인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전할 수 있는 비대면 병문안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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