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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13 17: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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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호 (주)마더스핸즈 대표이사


[트리니티메디컬뉴스=박정미기자] 올해부터 시행되는 '존엄사법'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많은 이들이 환자를 단순히 환자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인격을 갖춘 인간'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스스로 존엄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는 이 법률은 2018년 우리 사회의 '인권의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주)마더스핸즈의 출발도 '환자의 인권'에 있었다. 박찬호 대표이사가 환자의 '보호자' 신분이던 시절, 가족의 투병생활을 직접 겪고 얻은 아이디어로 탄생한 '변기침대'는 환자 중심의 아이템이다.


어머니를 모신 경험에서 탄생한 '변기침대'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35년간 여성의류 원단 개발과 수출을 하고 있는 박찬호 대표이사는 사실 의료용품이나 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의류업체로서 승승장구하며 남 부럽지 않은 행보를 걸어온 그가 '변기침대'라는 다소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어머니의 투병생활을 함께 한 경험이 작용했다.


"2006년쯤이었어요. 뇌경색을 앓던 어머니가 퇴원한 첫 날 기저귀를 가는데, 좀 당황스럽더라고요.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 수치심을 어떻게 견디실까 싶어서. 그래서 생각해본 게 변 볼 때 앞에라도 가리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앞은 가려지고 뒤에는 뚫린 팬티를 만들어봤죠."


의류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곧바로 실천에 옮겼지만 그 것만 가지고 해결되지는 않았다고. 여전히 기저귀는 써야 하고, 냄새,  위생, 기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에 시달렸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침대에서 물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였습니다. 침대에서 바로 용변을 보고 그것을 물로 씻어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요. "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이미 제품이 출시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섣불리 개발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4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떠나기 직전 사람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까지 가서도 '엄마'를 찾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마더스핸즈'라는 회사 이름이 탄생했다.


▲ 박찬호 대표이사


"사람이 죽을 때까지 엄마는 못 잊는구나 싶었죠. 그래서 어머니의 손길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지은 회사 이름이 '마더스핸즈'예요."


어머니의 죽음으로 침대 개발은 중단됐다. 6개월쯤 지난 후, 장인어른이 고관절 수술을 받아서 침대 개발에 다시 착수했다. 어떤 브랜드에서도 이런 침대를 개발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아쉽게도 장인어른은 침대가 상품화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남의 용변 치우는 침대를 왜 만드냐고?


특허 출원까지 하고 나니, 개발한 침대가 이대로 묻히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는 박 대표. 그는 기존 의료용 침대업체에 연락해 제품을 만들어줄 수 있냐고 의뢰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돌아오는 대답은 "남의 용변 치우는 침대를 우리가 왜 만듭니까" 였다고.


"충격을 받았죠. 환자들 때문에 먹고 사는 업체가 환자를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까짓거 내가 만든다 그런 거죠."


박 대표는 2016년에 결국 (주)마더스핸즈를 설립하고, 공장을 지어 지금까지 왔다. 그는 이 침대의 개발이 결국 '환자의 인권 존중'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환자 입장에서 볼 때 제일 받아들일 수 없는 게 기저귀에 용변을 보는 것예요. 혼수상태면 몰라도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수치심을 느끼죠. 제가 섬유하는 사람이니까, 기저귀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감염되지 않아야 하고 물을 급속도로 빨아들여야 하고 습기를 없애서 보송보송하게 해 줘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용변을 한 번 보고나면 반드시 태워야 하는 문제가 있죠. 기저귀로 감싸면 깨끗해 보이지만 정작 환자 자신은 모멸감을 느낍니다. 안타까운 부분이죠."


단순히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저귀를 하고 간병인에게 그 뒷처리를 맡겨야 하는 것은 환자를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박 대표의 의견이다.


"간병인들도 이 과정에서 많이 다치죠. 간병인들도 보호하고 싶었어요. 서로 다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는 것. 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변기와 침대, 그리고 샴푸대가 하나로


(주)마더스핸즈의 변기침대는 침대가 변기의 역할까지 하는 제품이다. 엉덩이 부분의 시트를 떼어내면 침대 안에 숨어있는 변기가 등장한다. 침대 자체에 수도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처음 변기에 앉을 때만 간병인이 도와주면 나머지는 환자가 혼자 처리할 수 있다.


▲ 박찬호 대표이사가 변기침대를 설명하고 있다.


물과 함께 오물이 처리되기 때문에 냄새도 줄일 수 있고, 바로 폴리백으로 떨어지는 오물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 폴리백은 생분해 제품으로 오물을 화장실에 버리고 빈 비닐봉투는 휴지통에 넣으면 된다. 이 비닐봉투는 땅에 묻어도 되는 제품이다. 물론, 일반 비닐봉지를 쓸 수도 있다.


▲ 폴리백을 이용한 오물처리 모습 예시


아울러 침대 머리 쪽의 시트를 젖히면 샴푸대가 등장한다. 수도시설이 완비돼 있는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머리를 감을 수 있어, 위생과 청결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는 환자용 침대로 손색이 없다.


▲ 머리맡을 젖히면 샴푸대가 등장한다. ⓒ(주)마더스핸즈


침대 곳곳에는 환자가 잡고 이동하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치들도 설치돼 있어 욕창도 예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아울러 간병인의 안전도 보장하는 것이 이 침대의 개발 목적입니다."


변기침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에서 시판되고 있다. 요양병원과 일반 가정에도 판매되고 있다.


박찬호 대표이사는 "환자도 존엄할 권리를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어떤 것이 환자에게 좋은 환경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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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nr01272018-04-15 12:50:19

    박찬호 회장님의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메모리36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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