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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9 20:27:52
  • 수정 2018-04-11 11: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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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사이 공항 상공. 30대 건강한 신체를 지닌 기자도 새벽 비행은 힘에 부쳤다.


[트리니티메디컬뉴스=박정미기자] 새벽 4시30분. 오전 7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선 순간의 시각이다.


오전 6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아내 대신 운전대를 잡은 남편 옆에서 미안한 줄도 모르고 연신 하품을 해댔다. 새벽 공항길은 건강한 30대인 기자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오전 7시, 일본으로 재생의료를 체험하기 위해 떠나는 난치병 환자들보다 두 시간 먼저 비행기에 올라탔다. 간사이공항에 도착해 그들의 입국 모습을 담기 위해서다. 그렇게 비행기는 떴고, 일본으로 향하는 동안 기자는 계속 하품을 해대며 졸다 깼다를 반복했다.

먼저 타세요, 먼저 타세요!

일본에서 재생의료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 난치병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먼저 타세요" 였다.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휠체어를 타고 있는 환자들은 버스에 올라타는 데 시간이 걸리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타라는 말이다. 자가면역질환, 퇴행성관절염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보였다. 이런 그들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까지 와서 치료를 받고 있다.

▲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것 조차 부담스러워 했던 환자들

간사이공항을 떠나면서도 환자들의 얼굴에는 외국에 왔다는 설렘이나 기대감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지친 표정이 역력할 뿐. 다 같이 들러 첫 식사를 한 식당에서도 힘겨움을 드러내 보였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한 환자의 보호자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휠체어에 의존해 이 먼 타국까지... 그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한국사람이 한국 의료기술로 치료받는데 왜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는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식사 중에도 화두는 단연 '우리는 왜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없는가'였다. 부산에서 김해공항을 통해 간사이공항으로 와 일행과 합류한 50대 주 모씨는 "관절염 때문에 팔의 고통이 극심한데, 외형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 아무도 내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누구의 소개를 받은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알아보고 치료를 받기 위해 왔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아직까지 '재생의료를 이용한 치료'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일본에 간다고 했을 때 지인들이 극구 반대했지만, 나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100세 시대라고 해도 유병장수가 무슨 의미가 있나. 아프지 않고 장수해야지"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다시 이동해 한국 의료기술로 재생의료를 이용한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는 제2니시하라클리닉으로 향했다.

▲ 한국 바이오기업의 기술로 재생의료 치료를 하고 있는 일본의 제2니시하라클리닉


2시간 치료를 위해 쓰는 48시간

제2니시하라클리닉에 도착해 환자들은 먼저 치료 시 주의사항을 병원 관계자로부터 전해듣는다.

환자들은 이 '재생의료 투어'를 기획한 한국의 바이오기업을 통해 일본에 오기 전부터 사전진료와 자가지방유래줄기세포 채취 등 여러 사전단계를 거쳤다.

각자의 입원실에서 환자복으로 환복하고 나면, 미리 배양해둔 자신의 줄기세포를 정맥을 통해 맞거나 아픈 부위에 직접 맞게 된다.

▲ 한국의 병원에서 미리 채취해 배양한 환자들의 줄기세포. 주사기 하나에 5000셀씩 총 1억셀이 담겨 있다.


정맥주사의 투여 시간은 대략 2시간 남짓. 이 2시간을 위해 환자들은 최소 6시간의 여정을 함께 했다. 국내였으면 잠깐 병원에 다녀오면 끝났을 일이다.

정맥주사를 맞으며 누워 있는 시간에 환자들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 도쿄에서 25년간 거주 중인 50대 후반의 김 모씨는 "한국에서만 환자들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많은 환자들이 한국의 재생의료 기술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며 "나는 어릴 때부터 귀가 안 좋았는데, 나이가 드니까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몸의 안 좋은 부분이 제일 먼저 망가지더라"고 입을 열었다.

"수소문 끝에 이 재생의료를 활용한 치료법에 대해 알게 됐는데, 귀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도 기회가 되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옆에는 김 씨의 '거래처 사장'이라고 하는 일본인 쿠로키 키요미씨도 함께 정맥주사를 맞고 있었다.

80대인 쿠로키 키요미씨는 이 치료를 받으면서 병세의 호전 및 면역력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봤다고 한다. 그는 "일본인들은 한국인처럼 자기 몸에 돈을 많이 쓰지 않는데, 그 건 나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런 내가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치료받고 있다"며 "한국에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의 추천을 받았다. 어쨌든 나는 효과를 봤으니, 계속 치료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는 50대 정 모씨는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면 시간도, 비용도 절약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으로 치료받으러 올 때마다 가족들의 눈치가 보이고, 미안해서 죄스러운 마음으로 떠난다"며 "한국에서 허가가 나면 거리상 문제도 해결되고 보험 등으로 비용적인 문제도 해결될 것 같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원정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배양한 자신의 줄기세포로 정맥주사를 맞고 있는 환자의 모습


기자와 함께 병원으로 왔던 환자들은 두 시간 정도 치료를 받고, 회복시간을 거쳐 약 세 시간 만에 병원을 떠나 호텔로 향했다.

제2니시하라클리닉의 의료진은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 등 각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생의료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주 교도통신 자매지 NNA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의료관광객이 일본에 지불하는 치료비가 연간 2000억원에 이른다. 많은 한국인 난치병 환자들이 최소 6시간을 들여 이 곳으로 이동한 뒤 2시간 치료, 회복, 여행이라는 명목 아래 최소 48시간을 일본에 체류한다.

이처럼 불합리한 현실을 못 본 척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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